목회서신


말리나
2026-03-14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고독과 불안, 언어가 가진 한계를 예리한 필치로 포착해 낸 세계적인 지성 잉에보르크 바흐만’‘자아 안에 존재하는 타자, 여성 안에 존재하는 남성, 소통의 불완전함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담아낸 바흐만의 대표작’이와 같은 내용으로 주제를 소개한 책이 있는데‘말리나(잉에보르크 바흐만, 민음사)’입니다. 이 책의 저자 바흐만은 오스트리아 출생으로 철학, 법학, 독문학, 심리학을 공부한 여성 작가입니다. 저자에 대한 약력을 보면서 이 책의 내용이 난해하고 편집이나 전개가 조금 복잡하겠단 생각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등장인물은 많지 않으나‘나’라는 주인공은 헝가리 출신의 유부남‘이반’이라는 남자와의 관계에서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이반은 그녀의 사랑을 유희라고 이름 붙이고 그저 가벼운 감정에 머물기를 강요합니다. 나의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중심축이자 나와 한 집에서 동거 중인‘말리나’라는 남자는 이반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그녀의 행동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생활 전반에 걸쳐 그녀를 보살피고, 돕고, 꾸짖고, 위로해 줍니다.

  끊임없이 독자의 생각을 자극하고, 혼란스럽게 하며, 마지막 순간에야 강렬한 깨달음을 전하는 기나긴 대화가 이어집니다. 그리고나서 말리나의 정체와 나의 진실이 어두운 내면의 방에서 나와 밝혀지기 시작한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매우 이채롭고 신비로운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내용 전개나 구성이 다소 지루하고 단편적이라서 그런지 내가 왜 이 책을 읽나 하는 의구심도 중간중간에 끼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제가 읽은 책이 중간에 페이지가 뒤섞인 파본이었습니다. 구입한 서점을 통해 교환해서 읽을까, 그냥 대충 눈으로 읽어 넘길까, 여기서 그만 덮을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이것도 이 책의 전체 구성에 대한 추억이려니 싶어 책장을 계속 넘겼습니다.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내용도 어렵고 페이지도 뒤죽박죽이지만 이 책을 성심으로 정독하는 것이 책(저자)에 대한 예의고, 내 자신 성실한 자세에 대한 도전이요 스스로에 대한 시험이라고 말입니다. 끝내 장한 마음으로 완독했습니다. 한편 성경을 읽을 때와 대비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레위기나 선지서 부분은 내용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다 이해해서가 아니라 성경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곧아야 한다는 것, 그 중심이 성경을 대하는 첫 번째 자세라야 옳습니다. 그런 마음에 베푸시는 은혜가 있고, 깨닫게 하시는 말씀의 진리가 있더라구요. 재밌는 책을 읽는 이상으로 성경을 사랑하고, 즐겨 읽고 들으며, 진지하게 묵상하는 일상의 습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금요일 맑은 날, 성경을 가슴에 품고 찬양하며... 양현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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