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반가워 친구야!
2025-11-30

  교회로 전화 온 내용이라며 부교역자실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담임목사의 초등학교 동창인데 전화를 하고 싶다는 모바일폰 번호였습니다. 연락을 준 친구는 박승헌! 참 반가운 이름이었습니다. 즉시 전화를 걸어 30년 만에 안부를 나누며 통화를 했습니다. 저는 어릴 적엔 숫기도 없도 체력도 약해서 동네 친구들 외엔 그리 사교적이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박승헌이란 친구와는 가깝게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친구는 매우 귀공자 스타일이었습니다. 귀엽게 생긴 뽀얀 얼굴에 그 시절 머리를 길렀던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 명이었고, 아버지는 양복(콤비) 차림으로 늘 자전거로 출퇴근하셨던 면사무소 공직자였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서구형의 외모였던 기억이 납니다. 저의 집에서 5리 정도 떨어진 집이었는데 이 친구 집에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종종 놀러 갔습니다. 외아들인 이 친구 집에는 축구공이 있어 공도 같이 차고, 친구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도 같이 먹고는 놀다 오곤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달리 진학하면서 연락이 뜸해졌었는데, 교육전도사로 섬기고 있던 교회에 문득 찾아와서 사무실 도배하는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뭐하며 지내느냐는 물음에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다음 해인가 예비군 훈련에서 만났는데 공무원시험에 합격해서 면사무소로 발령났는데, 이번에 시청으로 옮길 예정이랍니다. 시청에서 많은 업무 때문에 신경 쓰는 것보다 면사무소가 조용히 내 일하는 게 근무조건이 더 낫지 않느냐는 제 생각을 이야기하니, 이 친구는 이왕 고생하는 거 큰물에서 놀고 싶고, 자신의 실력도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흐르고 지지난 주에 연락을 나눈 겁니다. 작년에 면장으로 취임했다며 근황을 전해줬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관심은 초등학교 친구들 중에 신앙생활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은데, 이 친구는 혹 어떤가 싶어 조심스레 물어보았습니다. 전해지는 대답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신앙생활 잘하고 있고 딸과 사위가 찬양 사역하고 있다면서... 그리고 매일 업무를 시작하기 전 하나님께 기도 한답니다.‘하나님 오늘도 직원들과 민원인들에게 겸손한 맘으로 일하게 하옵소서!’그 소식을 들으니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는 학생 시절 야들야들한 체격에 조용한 성품으로 별로 존재감도 없었다고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간혹 궁금했습니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까를 말입니다. 지난 월초에 어릴적 친구는 이런 문자를 보내왔습니다.‘현식이 네가 존재감 없었단 얘기는 겸손한 얘기고 너는 예의 바르고, 말 잘하고, 유머 감각있고, 재주가 많고, 동내서 유일하게 지적이고, 인기 좋은 친구였다는 거 우리끼리 만나면 얘기하고 있는걸...’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돌며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퇴근길에 붕어빵을 사가며... 양현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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