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군에게 서울이 함락돼 피난 행렬로 아수라장을 이루던 1951년 1·4후퇴 때, 서울의 한 은행 앞이었습니다. 피난길에 나서려고 중요한 서류만 급히 챙겨 문을 나오던 은행 직원 앞을 막아서는 한 중년 남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잠깐만요. 지난번에 빌린 돈을 갚으러 왔습니다.”지난번 사업자금으로 빌린 돈을 갚으러 왔다는 말에 직원은 어이가 없었습니다.“아니, 여보슈 이 난리통에 무슨 돈을 갚는단 말입니까? 갚아도 안 갚아도 모를 돈을, 왜 지금 꼭 갚겠다고 이러는 겁니까?”하지만 이 남자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자기도 피난을 떠나는 길이지만 전쟁 통에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또 자신이 빌린 돈을 은행에 갚아야 할 기일이 된 것을 안 이상, 꼭 지금 갚아야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것이었습니다. 전쟁이 나자 사람들은 돈이 될 만한 것이면 뭐든 챙겨서 떠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반대로 돈을 들고 은행을 찾아간 거예요.“빌린 돈을 꼭 갚아야겠기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은행 직원은 지금 돈을 갚겠노라며 고집을 부리는 이 남자를 두고 매우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빌린 돈을 갚겠다고요? 전쟁 통에 융자장부가 어디 있는지도 모릅니다. 장부의 일부는 부산으로 보냈고, 일부는 분실됐습니다. 그래서 돈을 빌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좋아라하는 마당에 그래도 갚으시게요?”은행 직원의 말에 남자는 잠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습니다. 사실 갚을 돈을 은행 직원에게 준다고 해서 그 돈을 은행 직원이 자기 주머니에 넣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남자는 여러 생각 끝에 돈을 갚기로 결심하고 은행 직원에게 돈을 받았다는 증표로 영수증에 도장을 하나 찍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결국 은행 직원은 남자의 뜻에 따라 돈을 받고 자신의 인감도장이 찍힌 영수증을 건네주었습니다.
하늘정원에서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양현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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