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받기 전 우리는 죄와 허물로 죽은 자였습니다. 만족을 모르는 육체의 욕심, 그 욕심을 따르는 세상 풍조, 그리고 그 풍조를 조장하는 악한 영의 역사를 따라 사는 것 자체가 죽음인 거지요. 우리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 없이 사망의 길로 가면서도 그것이 죄이고 하나님의 진노를 쌓는 일인 줄도 모른 채 살았습니다. 우리에게 구원의 감격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는 더 많은 은혜를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구원받기 전 얼마나 비참한 상태였는지를 잊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긍휼하심이 허물로 영 죽은 우리를 살리셨고, 끝까지 살려주실 줄 믿습니다. 가망없는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미신 하나님의 사랑이 없었다면 우리는 거듭날 수도, 거룩할 수도, 거룩한 영광에 이를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구원은 단지 사죄나 해방 정도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나 하늘의 통치권에 참여하는 데까지 이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값없이 주신 구원이지만 결코 값싼 구원이 아닌 거지요. 받을 자격없는 우리 죄인에게 베푸신 과분한 선물입니다. 우리가 죄인이기에 은혜를 입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기에 은혜를 입은 것입니다. 우리의 조그마한 믿음조차도 하나님 앞에선 자랑할 게 못됩니다. 은혜 없이는 믿음도 없기 때문입니다. 구원에 필요한 것은 나의 자격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하심의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구원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겸손이지만 그걸 내 힘으로 얻어낸 듯 자랑하는 건 교만인 거지요.
하나님의 긍휼하심의 은혜와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구원이라는 새 창조를 완성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감사하는 중심을 담아 오늘 성례주일, 세례식과 성찬식에 참여합시다. 죽음에서 새 생명으로, 죄짓는 삶에서 선한 일을 실천하는 삶으로 우리를 새롭게 빚어주신 그 은혜에 대한 진지한 고백이 담겨야 합니다. 우리는 겨우 살아난 정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드높이도록 새롭게 창조된 하나님의 작품입니다. 그 하나님의 선하신 목적과 뜻을 잘 드러내며 살고자 하는 중심을 담아 주님의 몸과 피에 참여하는 오늘 성례주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맑고 푸른 봄 하늘을 바라보며... 양현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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